시대정신
올림픽 클라이맥스 성화 최종 점화자 결국 김연아 씹덕 터지는™ 뒷이야기 본문
일단 전 세계의 시선은 한국 동계 스포츠사를 다시 작성한 '피겨여왕' 김연아를 향하고 있다. 한 외신은 "김연아가 성화 최종 점화자가 아니라면 그것이 뉴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을 정도다. 그리 이상하진 않을 반응이다.
김연아는 한국의 역대급 '스포츠 영웅'이다. 형식적 표현이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세계에 한국을 알린 체육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예우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을 선정했는데, 그 명단에 당당히 포함돼 있다.
김연아와 함께 헌액된 이들이 고 손기정(마라톤)을 시작으로 고 김성집(역도), 고 서윤복(마라톤), 고 민관식(체육행정), 장창선(레슬링),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 차범근(축구)이다. 김연아는 2016년 선정됐는데, 그때 그는 스물여섯이었다. 어린 나이가 문제가 될 것 없을 정도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뜻이다.
적잖은 동계 종목이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서 전 세계가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은반 위의 스타가 나올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는데, 김연아는 그 척박한 땅에서 역대급 찬란한 꽃을 피웠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당시 세계신기록(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다분히 편파판정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에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넉넉한 미소로 외려 우승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할 때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친 김연아이기에, 그가 한국에서 열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큰 동계 올림픽의 성화 최종점화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상식적이다. 국내 팬들의 여론도 후하다. 김연아라면 적합하고, 김연아가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쩌면 그래서 주최 측은 김연아 카드가 망설여질 수도 있다.
개회식은 성화대에 불이 붙는 그 순간이 클라이맥스와 다름없다. 그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더 높이기 위해 어떤 나라든 최종 점화자는 극비에 부친다. 마침내 공개된 최종점화자가 적절한 인물이면서도 의외 혹은 참신한 인물이었을 때 효과가 큰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연아는 전자는 충족하나 후자에서는 임팩트가 떨어질 수 있다. 너무 많이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한국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배우 이영애가 최종 점화자라는 사실이 미리 공개돼 여러모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평창 조직위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김연아가 부담이나, 조직위 입장에서는 역대급 김연아를 제외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어쩌면 더 클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연아와 또 다른 인물을 함께 점화자로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선 예가 있다.
지난 30년 전 한국에서 열린 첫 올림픽인 1988 하계 올림픽에서 당시 조직위원회는 마라토너 김원탁, 흑산도의 중학교 체육교사, 그리고 서울예고에서 무용을 전공하던 학생 등 3명에게 최종 점화를 맡겼다. 당시 노태우 정부 '보통사람' 기조와 보폭을 맞춘 결정이었다.
2002년 부산에서 열린 하계 아시안게임의 선택도 복수였다. 그때는 남남북녀(南男北女)였다. 한국에서는 1984년 LA올림픽 남자유도 95kg급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가 대표로 나섰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유도 48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유도의 전설 계순희가 공동 점화했다.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한 것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북한 선수단의 극적인 참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등과 함께 평화 올림픽 기치가 올라간 대회다.
안팎의 화해모드와 평화 올림픽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또다시 남북공동 점화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대급 김연아를 중심으로 남녀북남(南女北男)도 가능한 그림이고, 김연아가 빠진 또 다른 커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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