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 "김 위원장이 1년 내 비핵화를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고
볼턴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튿날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라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에 1년에 비핵화를 할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북외교를) 얼마나 많이 책임지고 있는지 밝혀달라" 졸랐다고 소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판문점 회담을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문 비둘기들이 날아다니지만 실질적 내용은 거의 없는 DMZ 축제"라고 혹평했다. 북한의 "풍계리 폐쇄는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와 같은 또 하나의 가짜 양보"라고도 했다.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과도한 낙관적 관점"과 대조적으로 "김정은을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문제 모두 구체적이고, 모호하지 않은 약속을 원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신은 오바마보다 더 강한 사람"이라며 상기시켰다.
볼턴이 나중에 트럼프-문 대통령 통화를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이라고 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화를 듣던 중 심장마비가 왔다"고 응수하더라고도 소개했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당시 남·북·미 3자 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회담을 판문점에서 한 뒤 후속 남·북·미 3자 회담을 갖자고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선호한다고 하자 물러섰다고 했다. 미국은 이미 스위스 제네바와 싱가포르를 최적의 장소로 검토할 때였다.
이어 5월 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3자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동참하길 원했고, 심지어 6월11일 회담 전날까지 오고 싶어했다고 소개했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2019년 6월 말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때처럼 사진 행사에 끼어들길 원했다"고도 했다.
이런 구상을 무산시킨 것은 북한이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해 "이건 북·미 회담"이라며 "남한은 필요없다"라고 잘라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참가를 싫어하며 3자 회담엔 관심이 없다고 했다는 게 트럼프-김영철 회동의 "유일한 좋은 소식이었다"고 볼턴은 평했다.
볼턴은 싱가포르 종전선언도 "원래는 북한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는 데 문 대통령의 통일 의제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일주일 전까지 한국전쟁 종식 선언을 "언론의 점수를 딸 기회"라고 생각해 빠져 있었다고 했다. 볼턴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종전선언 대가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의 신고를 공동성명에 포함하는 안을 마련했다. 결국 종전선언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빠지도록 한 셈이다.